
문라이터(Moonlighter)는 낮에는 상점을 운영하고, 밤에는 던전에 들어가 몬스터를 상대하며 판매할 물건을 모으는 로그라이트 액션 RPG입니다. 플레이어는 리노카 마을의 상점 주인 윌이 되어 던전에서 가져온 전리품에 직접 가격을 붙여 판매하고, 그렇게 번 골드로 장비와 상점을 성장시키게 됩니다.
제가 플레이한 지 오래되어 세세한 진행 순서까지 기억나지는 않지만, 가장 선명하게 남아 있는 것은 전투보다 물건의 가격을 정하는 과정입니다. 처음 얻은 전리품은 적정 가격을 바로 알려주지 않기 때문에 일단 예상한 가격으로 진열한 뒤 손님의 표정을 보면서 가격을 조절해야 했습니다.
너무 싸게 내놓으면 손님이 좋아하며 빠르게 구입하지만 판매자인 제 입장에서는 손해를 본 기분이 들고, 너무 비싸면 손님이 불만을 보이며 사지 않습니다. 적당한 가격을 찾아가는 과정이 이 게임만의 특징이지만, 새로운 품목을 얻을 때마다 다시 가격을 알아봐야 하는 것이 저는 조금 귀찮기도 했습니다.
처음 보는 물건은 손님의 반응을 보며 판매 가격을 찾아야 했습니다
문라이터에서 던전을 탐험하는 이유는 단순히 보스를 쓰러뜨리는 것만이 아닙니다. 몬스터를 잡고 상자와 방을 탐색하면서 여러 전리품을 가져온 뒤, 낮에 자신의 상점에 진열해 골드로 바꾸는 과정이 게임의 큰 흐름을 차지합니다. 던전 탐험과 상점 경영이 서로 이어져 있는 구조입니다.
특히 기억에 남았던 것은 새로운 물건의 적정 판매 가격을 처음부터 정확하게 알 수 없다는 점입니다. 물건을 진열하면서 플레이어가 직접 가격을 입력하고, 상점에 들어온 손님이 그 가격을 보고 어떤 반응을 보이는지 확인해야 합니다. 가격이 지나치게 높으면 구매를 꺼리고, 반대로 너무 낮으면 아주 좋은 가격을 발견했다는 듯한 반응을 보여줍니다.
그래서 처음 보는 물건은 어느 정도 예상한 가격을 붙여보고 손님의 표정을 확인한 뒤 조금씩 올리거나 내리는 식으로 적정선을 찾았습니다. 한두 번 해볼 때는 실제로 상점을 운영하면서 물건값을 정하는 느낌이 들어 재미있는 시스템이었습니다. 다행히 한 번 판매하면서 확인한 가격 정보는 이후 다시 같은 물건을 판매할 때 참고할 수 있어서 매번 처음부터 기억에 의존해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저는 이 과정이 반복될수록 조금 귀찮아졌습니다. 던전이 바뀌고 새로운 전리품을 가져올 때마다 다시 가격을 시험해야 하다 보니, 나중에는 이미 적정 가격을 알고 있는 물건부터 진열하고 처음 보는 품목은 뒤로 미루기도 했습니다. 상점 경영을 좋아하는 사람에게는 재미있는 가격 발견 과정이 될 수 있지만, 빠르게 물건을 처분하고 다시 던전에 들어가고 싶은 사람에게는 번거롭게 느껴질 수 있는 부분입니다.
또 판매량과 가격에 따라 물건의 인기도가 변하는 시스템도 있어서 단순히 알아낸 가격 하나만 계속 입력하면 모든 경영이 끝나는 구조는 아닙니다. 결국 손님의 반응을 관찰하면서 가격과 판매 품목을 조절하는 것이 문라이터의 상점 운영에서 중요한 부분입니다.
던전에서 번 돈으로 다시 장비와 상점을 성장시키게 됩니다
상점에서 골드를 벌었다면 그 돈은 다시 다음 던전 탐험을 준비하는 데 사용됩니다. 장비를 제작하거나 강화하고, 상점을 확장하고, 마을에 새로운 상점을 열 수 있도록 투자하는 식으로 조금씩 할 수 있는 일이 늘어납니다. 던전에서 전리품을 가져오고, 판매한 돈으로 더 좋은 준비를 한 뒤 다시 던전으로 들어가는 순환이 자연스럽게 이어집니다.
제가 기억하기에는 전투에서 화려한 스킬을 여러 개 조합하는 게임이라는 느낌은 크지 않았습니다. 다만 실제 게임에는 단검이나 대검처럼 하나의 무기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검과 방패, 대검, 창, 장갑, 활 등 여러 종류의 무기가 있고 장비 제작과 마법부여를 통한 성장도 가능합니다. 따라서 무기가 별로 없는 게임이라기보다는 전투의 중심이 복잡한 스킬 트리를 계속 확장하는 방식은 아니었다고 표현하는 편이 정확합니다.
오히려 저에게는 던전에서 싸우는 목적이 '강한 용사가 되기 위해서'라기보다 '상점에 가져가 팔 물건을 구하기 위해서'처럼 느껴졌습니다. 몬스터를 잡았을 때도 어떤 아이템을 얻었는지 확인하게 되고, 인벤토리에 무엇을 챙겨서 돌아갈지를 생각하게 되기 때문입니다. 게임의 주인공 윌은 영웅을 꿈꾸는 인물이지만 실제 플레이에서는 모험가와 상점 주인의 생활을 번갈아 경험하게 됩니다.
던전에서 얻은 모든 재료를 바로 판매하는 것도 좋은 방법은 아닙니다. 일부 재료는 장비 제작과 강화에도 필요하기 때문에 지금 당장 골드가 필요하다고 전부 팔아버리면 나중에 다시 구해야 할 수 있습니다. 판매할 물건과 성장에 남겨둘 재료를 구분하는 것도 상점 운영과 던전 탐험을 연결하는 요소입니다.
이런 구조 때문에 던전만 계속 도는 액션 RPG와는 플레이 리듬이 조금 다릅니다. 탐험을 끝낸 뒤 마을로 돌아와 물건을 정리하고 상점을 열어 판매하는 시간이 반드시 들어갑니다. 저는 오히려 이 부분 때문에 정말 용사만 플레이한다기보다 낮에는 장사하고 밤에는 물건을 구하러 나가는 상점 주인이라는 느낌을 더 많이 받았습니다.
가격을 하나씩 알아가는 과정이 귀찮아도 소소하게 하기 좋은 게임이었습니다
문라이터의 가장 큰 특징은 던전과 상점 중 어느 한쪽만 따로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이라고 생각합니다. 던전에서 좋은 물건을 가져와도 판매하지 않으면 골드가 되지 않고, 상점을 잘 운영해 돈을 벌어도 결국 더 깊은 던전을 탐험하려면 장비를 갖추고 다시 전투를 해야 합니다. 두 가지 플레이가 반복되면서 하나의 게임 흐름을 만듭니다.
개인적으로는 상점에서 새로운 품목의 가격을 하나씩 찾아가는 과정이 가장 독특하면서도 가장 귀찮았습니다. 손님이 너무 좋아하면 '너무 싸게 팔았나?' 싶어서 다음에는 가격을 올리고, 표정이 좋지 않으면 다시 내려보는 과정 자체는 재미있습니다. 하지만 판매할 종류가 늘어나면 새로운 품목마다 이 과정을 반복해야 해서 어느 순간부터는 익숙한 물건을 파는 것이 편해졌습니다.
그래도 한번 확인한 판매 정보가 남는다는 점은 다행이었습니다. 이미 팔아본 물건까지 매번 처음부터 가격을 추측해야 했다면 상점 운영이 훨씬 피곤했을 것 같습니다. 처음에는 시행착오를 거치더라도 점점 알고 있는 품목이 많아지면서 상점 운영이 익숙해지는 과정이 있습니다.
전투와 경영 어느 한쪽이 지나치게 복잡한 게임을 원하지 않는다면 문라이터의 이런 구조가 잘 맞을 수 있습니다. 던전에서는 몬스터를 잡고 전리품을 챙기는 데 집중하고, 돌아오면 가게에 물건을 늘어놓고 손님들의 표정을 살피면 됩니다. 화려한 캐릭터 육성이나 수많은 스킬을 연구하는 것보다 이 단순한 반복에서 재미를 찾는 게임에 가깝습니다.
저에게는 아주 강한 자극이나 복잡한 전략 때문에 오래 붙잡게 되는 게임이라기보다, 던전을 한 번 돌고 상점을 열어 오늘 가져온 물건을 팔아보는 식으로 소소하게 즐기기 좋은 게임이었습니다. 특히 일반적인 판타지 게임에서 영웅이 되어 보물을 얻는 과정보다, 그 보물을 실제로 진열하고 값을 매겨 파는 과정이 궁금하다면 문라이터만의 차이를 쉽게 느낄 수 있습니다.
가격을 매번 찾아가는 과정이 번거로운 사람에게는 상점 시스템이 단점이 될 수 있지만, 손님의 반응을 살피면서 내가 직접 가격을 결정하는 경영 요소를 좋아한다면 반대로 가장 재미있는 부분이 될 수 있습니다. 저에게는 던전의 영웅이라기보다 직접 물건을 구해와 가격표를 붙이는 상점 주인으로 보낸 시간이 더 기억에 남는 게임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