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게임에서 같은 행동을 반복하는 것을 지루하게 느끼는 사람도 있지만, 저는 반복해서 자원을 모으거나 하나씩 성장시키는 게임을 꽤 좋아하는 편입니다. 단순히 같은 행동만 계속하는 것이 아니라 채집한 자원으로 새로운 시설을 만들거나, 제작한 물건을 판매해서 다시 성장하는 식으로 반복의 결과가 눈에 보이는 게임이라면 오랫동안 플레이하기 좋았습니다.
이번에는 제가 직접 플레이해본 게임 중에서 이런 반복 작업의 재미가 기억에 남았던 게임 7개를 골라봤습니다. 모두 반복적인 요소가 있지만 농사와 자동화, 채집과 제작, 상점 운영처럼 반복되는 행동의 종류는 조금씩 다릅니다.
그래서 무조건 순위를 정하기보다는 어떤 작업을 반복하는 것을 좋아하는지에 따라 골라보는 것이 좋습니다. 가볍게 켜두고 조금씩 관리하는 게임부터 직접 자원을 모으고 계속 움직여야 하는 게임까지 차이가 있기 때문에 비슷한 장르를 좋아하더라도 취향에 따라 잘 맞는 게임은 달라질 수 있습니다.
농사와 채집을 반복하면서 조금씩 확장하는 게임
1. Rusty's Retirement
Rusty's Retirement는 화면 아래쪽에 작은 농장을 띄워두고 다른 일을 하면서 함께 플레이할 수 있는 방치형 농장 게임입니다. 작물을 심고 수확해 바이오 연료를 만들고, 얻은 수익을 다시 농장 확장과 자동화에 사용합니다.
처음에는 직접 해야 하는 일이 있지만 진행하면서 로봇을 배치하면 심기와 물주기, 수확 같은 작업을 자동화할 수 있습니다. 저는 처음에는 직접 농장을 만지다가 자동화가 하나씩 갖춰지는 과정이 특히 재미있었습니다.
화면을 계속 보고 적극적으로 조작해야 하는 게임이라기보다 다른 일을 하다가 한 번씩 농장을 확인하고, 다시 작물을 심거나 시설을 추가하는 방식으로 플레이하기 좋습니다. 저도 플레이하면서 계속 화면을 확인하게 되는 묘한 중독성이 있었습니다.
따라서 반복 작업은 좋아하지만 게임 하나에 계속 집중하는 것은 부담스럽다면 가장 가볍게 시작하기 좋은 게임입니다. 농장을 직접 운영하는 것보다 자동화되는 과정을 지켜보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에게도 잘 맞습니다.
Rusty's Retirement의 농장 운영과 제가 플레이하면서 느낀 점은 Rusty's Retirement 게임 리뷰에서 따로 정리했습니다.
2. Forager
Forager는 자원을 채집하고 제작 시설을 만든 뒤 새로운 땅을 구입하면서 활동 범위를 계속 넓혀가는 게임입니다. 나무와 돌 같은 자원을 직접 모으는 아주 단순한 작업에서 시작하지만 진행할수록 제작할 수 있는 물건과 시설이 늘어납니다.
제가 플레이하면서 특히 재미있었던 부분은 새로운 섬을 하나씩 열어가는 과정이었습니다. 자원을 모아서 돈을 마련하고 옆에 있는 땅을 구입하면 새로운 자원이나 구조물이 등장하기 때문에 반복해서 채집하는 행동에 비교적 분명한 목적이 생깁니다.
처음에는 직접 자원을 하나씩 캐야 하지만 시설과 능력이 늘어나면서 점점 효율이 좋아집니다. 자원을 모으고, 제작하고, 확장한 뒤 다시 더 많은 자원을 모으는 흐름이 빠르게 반복됩니다.
단순한 작업을 계속하면서 숫자가 늘어나거나 공간이 확장되는 것을 좋아한다면 잘 맞는 게임입니다. 저는 반복 작업 자체보다 그 결과로 다음 섬을 열 수 있다는 점 때문에 계속 플레이하게 됐습니다.
Forager의 초반 자원 수집과 섬 확장에 대한 자세한 경험은 Forager 게임 리뷰에서 따로 정리했습니다.
3. Japanese Rural Life Adventure
Japanese Rural Life Adventure는 일본 시골에서 오래된 집을 수리하고 농사를 지으며 생활하는 게임입니다. 밭을 관리하고 작물을 수확하는 것뿐 아니라 낚시와 곤충 채집, 요리와 계절 행사 등 해야 할 일이 다양하게 이어집니다.
제가 플레이하면서는 하루에 해야 할 일을 하나씩 처리하는 느낌이 강했습니다. 어떤 일은 하루 만에 끝나지 않고 며칠 동안 준비해야 하기도 해서 가능한 한 하루를 낭비하지 않으려고 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자유롭게 아무것도 하지 않고 돌아다니는 힐링 게임이라기보다는 시골에서 해야 할 일을 하나씩 처리하는 생활 시뮬레이션에 가까웠습니다. 반복해서 농사를 짓고 필요한 물건을 모으는 것을 좋아한다면 이런 구조가 오히려 편하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픽셀 그래픽으로 표현된 일본 시골 분위기도 좋아서 반복 작업을 하면서 조용하게 플레이하기 좋았습니다. 전투나 빠른 조작보다는 매일 정해진 일을 처리하고 계절이 바뀌는 과정을 보는 것을 좋아한다면 잘 맞습니다.
농사와 계절별 생활에 대한 자세한 경험은 Japanese Rural Life Adventure 게임 리뷰에서 따로 정리했습니다.
제작한 것을 판매하고 다시 재료를 모으는 게임
4. Potion Craft: Alchemist Simulator
Potion Craft는 재료를 직접 갈고 가마솥에 넣어 포션을 만든 뒤 손님에게 판매하는 연금술사 시뮬레이션 게임입니다.
손님이 원하는 효과를 파악하고 그에 맞는 포션을 만들어 판매하는 과정이 반복됩니다. 같은 포션을 자주 만들게 되지만 한 번 만든 레시피를 저장해두면 이후에는 제작 과정을 줄일 수도 있습니다.
저는 재료를 직접 절구에 갈고 가마솥을 저으면서 포션을 만드는 과정이 마음에 들었습니다. 빠르게 무언가를 클리어하는 게임이라기보다 가게에서 손님을 받고 필요한 물건을 하나씩 만들어주는 느낌에 가깝습니다.
포션의 강도도 1단계부터 3단계까지 나뉘기 때문에 같은 효과를 찾더라도 얼마나 정확하게 조제하는지에 따라 결과가 달라집니다. 재료를 모으고 포션을 만들고 판매한 뒤 다시 새로운 레시피를 찾는 반복이 중심입니다.
전투나 농사보다는 제작 자체를 반복하는 것을 좋아한다면 추천하기 좋은 게임입니다.
포션의 강도와 레시피 저장 등 초반 플레이에 대한 내용은 포션 크래프트 게임 리뷰에서 따로 정리했습니다.
5. Travellers Rest
Travellers Rest는 농사를 지어 재료를 마련하고 음식을 만들거나 술을 양조한 뒤 직접 선술집을 운영하는 게임입니다.
제가 플레이하면서는 농사와 장보기, 낚시와 채집을 하는 날을 어느 정도 나누어 플레이했습니다. 필요한 재료를 마련하고 음식을 만든 뒤 손님에게 판매하면 다시 다음 영업을 준비해야 하기 때문에 할 일이 계속 이어집니다.
특히 레시피가 늘어나면서 어떤 재료를 비축할 것인지 생각하는 과정이 재미있었습니다. 과일처럼 원하는 순간에 바로 구하기 어려운 재료는 미리 모아두기도 했고, 달걀이나 우유처럼 초반에 직접 생산하기 어려운 재료는 상점에서 구입했습니다.
농사만 반복하는 게임과 달리 모은 재료가 실제 선술집 메뉴로 이어지고, 만든 음식을 다시 손님에게 판매한다는 점이 좋았습니다. 농사와 요리, 제작, 상점 운영을 모두 조금씩 하고 싶다면 잘 맞는 게임입니다.
Travellers Rest는 기존 리뷰뿐 아니라 상점 영업시간과 재고, 음식 가격과 육수 활용에 대해서도 별도의 정보글로 정리해두었습니다. 전체적인 플레이 경험은 Travellers Rest 게임 리뷰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6. Moonlighter
Moonlighter는 던전에서 아이템을 얻은 뒤 마을로 돌아와 직접 상점을 열고 그 물건을 판매하는 구조가 특징인 게임입니다.
낮에는 상점 주인으로 물건을 진열하고 가격을 정하지만, 던전에 들어가면 직접 전투하면서 판매할 물건을 모아야 합니다. 던전에서 파밍하고 돌아와 물건을 판매한 뒤 번 돈으로 장비와 상점을 성장시키고 다시 던전에 들어가는 흐름이 반복됩니다.
제가 플레이하면서 재미있었던 부분은 아이템의 적절한 판매 가격을 직접 알아가는 과정이었습니다. 처음 보는 물건은 얼마에 팔아야 하는지 바로 알 수 없기 때문에 손님의 반응을 확인하면서 가격을 조절하게 됩니다.
그래서 단순히 던전에서 좋은 아이템을 얻는 것에서 끝나지 않고 그 아이템을 상점에서 어떻게 판매할 것인지까지 연결됩니다. 전투와 파밍만 계속하면 지루하고, 반대로 상점 운영만 하는 게임도 아쉽다면 두 가지를 번갈아 할 수 있다는 점이 장점입니다.
던전 파밍과 가격을 찾아가는 상점 운영에 대한 자세한 경험은 Moonlighter 게임 리뷰에서 따로 정리했습니다.
짧은 주기로 결과가 나오는 경영 반복을 좋아한다면
7. Game Dev Story
Game Dev Story는 게임 회사를 운영하면서 직원을 고용하고 게임을 개발해 판매하는 카이로소프트의 경영 시뮬레이션 게임입니다.
게임의 기본적인 흐름은 새로운 게임을 기획하고 개발한 뒤 출시해서 판매량을 확인하는 방식으로 반복됩니다. 직원이 경험을 쌓으면 능력이 성장하고 새로운 장르와 내용을 사용할 수 있게 되기 때문에 같은 개발 과정을 반복하더라도 조금씩 선택지가 늘어납니다.
저는 카이로소프트 게임 특유의 단순한 운영 방식 때문에 어렵지 않게 플레이했습니다. 어떤 장르와 주제를 조합할지 정하고 게임을 개발한 뒤 판매량을 확인하면 금방 다음 게임을 만들게 됩니다.
게임이 잘 팔리면 직원을 성장시키거나 다음 개발에 투자할 수 있고, 진행하면서 새로운 플랫폼과 라이선스를 고려해야 할 일도 생깁니다. 회사 규모가 커질수록 직원 급여도 늘어나기 때문에 단순히 게임을 많이 만드는 것만으로 끝나지는 않습니다.
앞의 게임들처럼 직접 나무를 캐거나 작물을 수확하는 반복은 아니지만, 짧은 간격으로 기획과 개발, 출시, 판매 결과 확인이 계속 이어진다는 점에서 반복 작업을 좋아하는 사람에게 잘 맞았습니다. 특히 카이로소프트 게임을 좋아한다면 익숙하게 즐길 수 있는 구조입니다.
게임 개발과 직원 성장에 대한 자세한 경험은 Game Dev Story 게임 리뷰에서 따로 정리했습니다.
제가 직접 플레이해본 게임 중에서는 이렇게 7개가 반복 작업의 재미가 특히 분명했습니다. 하지만 같은 반복 게임이라도 실제 플레이 감각은 꽤 다릅니다.
다른 일을 하면서 틈틈이 확인하고 싶다면 Rusty's Retirement, 직접 자원을 캐면서 빠르게 확장하는 것을 좋아한다면 Forager가 잘 맞았습니다. 매일 해야 할 일을 하나씩 처리하는 생활형 게임을 원한다면 Japanese Rural Life Adventure, 손으로 무언가를 제작하는 과정 자체가 좋다면 Potion Craft가 어울립니다.
농사부터 요리와 가게 운영까지 여러 작업이 연결되는 것을 좋아한다면 Travellers Rest, 전투와 상점 운영을 번갈아 하고 싶다면 Moonlighter를 추천합니다. 반대로 직접 조작하는 작업보다는 경영 결과를 빠르게 확인하면서 계속 다음 선택을 하는 것을 좋아한다면 Game Dev Story가 가장 가볍게 접근하기 좋았습니다.
결국 반복 작업이 재미있는 게임은 같은 행동을 얼마나 많이 하느냐보다 그 행동을 반복했을 때 무엇이 달라지는지가 중요한 것 같습니다. 농장이 자동화되거나 새로운 섬이 열리고, 더 좋은 포션을 만들거나 가게와 회사가 성장하는 것처럼 반복한 결과가 눈에 보이는 게임은 같은 작업을 여러 번 해도 다음 목표를 만들기 쉬웠습니다.